티스토리 뷰

반도체 지수(SOX)가 직전 저점을 이탈했습니다. 저는 그날 밤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AI 인프라 슈퍼 사이클을 굳게 믿고 나스닥 기술주에 집중 투자해뒀는데, 선거라는 이벤트 하나에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주가가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제가 뭔가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선거 앞 기술주가 맥없이 무너진 이유가 뭘까요?

이번 조정을 단순히 "선거 불안 때문"이라고 정리하기엔 좀 아쉬운 구석이 있습니다. S&P 500과 나스닥은 하락 마감한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오히려 버텼습니다. 기술주 중심의 시가총액 가중 방식 지수와 전통 산업 중심의 지수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거죠.

여기서 시가총액 가중 방식이란, 기업의 시가총액이 클수록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산출 방식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초대형 기술주 몇 개가 나스닥이나 S&P 500의 흐름을 사실상 좌우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번처럼 대형 기술주가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출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제가 직접 계좌를 들여다보며 느낀 건, 반도체 지수가 직전 저점을 이탈할 때 공포감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머리로는 "단기 노이즈"라고 알면서도, 숫자가 빨갛게 물드는 순간 손이 먼저 움직이고 싶어지더군요. 반면 같은 시기 동일 가중 S&P 지수(Equal-Weight S&P 500)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동일 가중 방식이란 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종목에 동일한 비중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특정 대형주에 쏠리지 않고 중소형주와 전통 산업 종목까지 고르게 반영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란과의 평화 협상 재개 가능성으로 유가가 하락한 것, 10년물·30년물 국채 금리가 내려간 것 모두 일반적으로는 성장주에 유리한 환경입니다. 그런데도 기술주가 부진했다는 건, 시장이 선거 결과에 따른 관세·외교 정책의 불확실성을 그 무엇보다 크게 반영하고 있었다는 뜻이었습니다. 모건스탠리 리서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중간 선거 이후 6개월 동안은 대형주와 동일 가중 지수 모두 양호한 상승세를 보여왔습니다(출처: Morgan Stanley). 즉, 선거 자체는 정산 이벤트에 가깝고, 이후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S&P 500·나스닥 하락 vs. 다우존스 상승 — 기술주와 전통 산업의 명확한 디커플링
  • 반도체 지수(SOX) 직전 저점 이탈 — 단기 조정 이상의 추가 기간 조정 가능성
  • 동일 가중 S&P 지수는 2009년 이후 최고 월간 상승률 — 순환매 장세 진행 중
  • 모건스탠리: 선거 후 6개월 역사적 상승 패턴 — 선거는 정산 이벤트, 이후가 본 게임
요약: 선거 불확실성이 기술주를 눌렀지만, 역사적으로 선거 이후 6개월은 상승 패턴이 우세하고 순환매 장세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AI 버블 논란, 엔트로픽과 마벨 사례에서 뭐가 보였나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엔트로픽(Anthropic)의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27% 급증했다는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잠시 숫자를 잘못 읽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적자였습니다. AI 컴퓨팅 파워 확보를 위한 인프라 계약 비용과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관련 비용이 매출 증가분을 넘어선 것입니다. 여기서 전환사채란,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기업 가치가 오를수록 전환사채의 장부상 가치도 함께 올라가 회계상 비용으로 잡히는 구조입니다. 외형 성장과 실질 수익성이 완전히 따로 노는 것이죠.

마벨(Marvell)의 루멘텀 인수 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벨은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루멘텀을 인수해 고속 데이터 전송과 AI 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주식 교환 방식 인수합병이란, 현금 대신 인수 기업의 주식을 발행해 피인수 기업 주주에게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주가가 높을수록 더 적은 주식으로 더 큰 기업을 살 수 있어 고평가 국면에서 자주 활용되는데, 이것이 바로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수많은 인수합병 사례와 닮은 구석입니다. 지분 희석과 통합 비용이라는 두 가지 리스크가 고스란히 따라붙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닷컴 버블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당시 기업들은 실제 매출조차 없었지만 지금의 AI 기업들은 폭발적인 매출 성장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엔비디아(출처: NVIDIA Investor Relations)의 GPU 수요가 뒷받침되는 한 코어위브(CoreWeave) 같은 AI 인프라 기업들의 폭발적 매출 성장은 단순 과장이 아닌 실수요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와 인프라 구축 비용, 마이크로소프트·메타 같은 장기 계약 파트너에 대한 집중 의존도는 투자 전에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입니다.

결국 지금 AI 섹터에서 제가 가장 무섭다고 느끼는 건, 매출이 없어서가 아니라 흑자 전환 시점이 너무 불투명하다는 점입니다. 연간 반복 매출(ARR, Annual Recurring Revenue) — 즉 구독·계약 형태로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매출 — 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데이터독이나 클라우드플레어 같은 기업들이 그나마 안정적인 이유도 이 구조 덕분입니다.

요약: 엔트로픽의 1,127% 매출 성장에도 적자가 난 구조, 마벨의 주식 교환 인수합병 방식은 AI 과열의 신호일 수 있으며, 흑자 전환 가능성과 ARR 구조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럼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다시 짜야 할까요?

이번 조정을 겪으며 제가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대형 기술주 쏠림 자체가 리스크였다는 점입니다. 기술주가 매섭게 흔들리는 동안 포트폴리오의 나머지 부분이 버텨줬다면, 저 같은 감정적 대응은 애초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채권 시장의 흐름도 흥미로웠습니다. 견조한 GDP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기업들의 부채 발행이 둔화되자 시중 자금이 국채로 유입되며 국채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전반적인 금융 여건이 경색된 것은 사실이나, 시스템적 디폴트 위험은 낮고 경기 침체 가능성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종목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제가 주목하는 쪽은 세 가지 방향입니다. 실리콘모션, 아리스타 네트웍스, 모놀리식 파워 시스템 같은 데이터 센터 연관 종목들은 최근 조정으로 매력적인 가격대에 진입한 상태입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CrowdStrike)는 도이체방크가 AI 도입 확산에 따른 사이버 보안 위협 증가를 이유로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를 상향했고,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데이터 센터 보안 에이전트 개발에도 나서고 있어 성장 여력이 충분해 보입니다.

제 경우엔 이번 경험 이후로 단순히 "AI 관련주"라는 이유만으로 매수를 결정하는 습관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재무제표에서 영업현금흐름이 실제로 플러스인지, 부채 구조가 과도하지 않은지, 특정 고객사에 매출이 집중되지는 않는지를 그 어느 때보다 꼼꼼히 따지게 됐습니다. 선거 결과라는 단기 노이즈에 흔들려 뇌동매매를 반복하기보다, 지금이 오히려 포트폴리오의 재무 건전성을 점검할 절호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 관심 후보군: 실리콘모션, 아리스타 네트웍스, 모놀리식 파워 시스템 (조정 구간 진입)
  • ARR 고성장: 데이터독, 클라우드플레어 (AI 기반 구독 수요 확대)
  • 사이버 보안: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도이체방크 목표주가 상향, 엔비디아 파트너십)
  • 점검 기준: 영업현금흐름, 부채 구조, 고객 집중도 — 세 가지를 반드시 확인
요약: 대형 기술주 쏠림을 줄이고, 재무 건전성을 기준으로 조정 구간에 진입한 데이터 센터·보안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선거 끝나면 나스닥 기술주 다시 오르나요?

A. 역사적으로 선거 이후 6개월은 대형주와 동일 가중 S&P 지수 모두 양호한 흐름을 보여왔다는 모건스탠리 리서치 분석이 있습니다. 다만 관세·외교 정책처럼 행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변수들이 여전히 남아 있어, "선거 끝 = 불확실성 해소"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어떤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느냐를 계속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Q. 엔트로픽(Anthropic) IPO 언제 하나요?

A. 구체적인 상장 일정은 아직 공식 발표된 바 없습니다.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27% 성장했지만 AI 컴퓨팅 인프라 비용으로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흑자 전환 시점이 IPO 밸류에이션에 핵심 변수가 될 것입니다. 지금 당장 투자를 검토하신다면 손실 구조와 전환사채 희석 리스크를 먼저 따져보시는 게 순서 아닐까요?

 

Q. 동일 가중 S&P 지수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나요?

A. 미국 증시에 상장된 RSP(Invesco S&P 500 Equal Weight ETF) 같은 ETF를 통해 동일 가중 방식으로 S&P 500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국내 증권사 해외주식 계좌에서 직접 매수가 가능하며, 특정 대형 기술주 쏠림을 피하고 싶을 때 시가총액 가중 S&P 500 ETF와 함께 분산 보유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Q. 반도체 지수(SOX)가 저점을 깨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SOX(PHLX Semiconductor Index)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로, 엔비디아·TSMC·ASML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추종하는 업종 대표 지수입니다. 직전 저점 이탈은 기술적으로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이것이 곧 '매도 신호'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기간 조정인지 가격 조정인지, 편입 종목의 실적 흐름은 어떤지를 함께 봐야 섣불리 결론 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론

이번 조정을 겪으며 제가 얻은 가장 큰 교훈은, "AI 슈퍼 사이클을 믿는다"는 서사만으로는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관리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엔트로픽의 폭발적 매출 성장에도 영업 손실이 나는 구조, 마벨의 주식 교환 인수합병이 던지는 경고는 지금 AI 섹터 안에도 선별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선거라는 단기 이벤트가 지나간 뒤에도 관세와 외교 정책이라는 실질적 변수는 남습니다. 지금 해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내가 보유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연간 반복 매출(ARR)이 실제로 성장하고 있는지, 부채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 특정 고객사에 의존도가 쏠리지는 않는지.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조정장은 공포가 아닌 기회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WfFGG-IYWg